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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_이아람] [한국상담심리학회 기획칼럼] 삶이라는 경주 속, 나만의 피트스톱(Pit Stop), 한국강사신문, 2023년 10월

  • 작성자 사진: Bonne Clef
    Bonne Clef
  • 3월 7일
  • 3분 분량

좋은열쇠의 이아람 이사가 기고한 한국강사신문 칼럼을 이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1월은 쌀쌀해지는 날씨와 함께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수능이 치러지는 달입니다. 지금까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온 수험생들은 결투장에 들어가듯 결연한 마음으로 시험장으로 향하고, 그들을 가르쳐온 선생님들, 곁에서 묵묵히 지원해주던 가족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좋은 결과를 응원합니다. 후배들은 이제 1, 2년 앞으로 다가온 시험 일정에 마음이 뒤숭숭해집니다.



우리나라 수능은 그야말로 국가적인 행사입니다. 수능 당일에 수험생들의 원활한 시험을 위해 항공기가 멈춰서고 군사 훈련이 잠정 중단된다고 하니 대한민국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역할은 실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대학입시로 점쳐지는 학업성취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겠지요. 오늘날 입시 제도가 다양해졌고, 대입 외에도 다양한 진로의 길이 열려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학 입학이라는 관문은 크게 느껴집니다. 많은 압박과 부담감을 경험하면서도 마치 ‘나’라는 사람이 학업성취만으로 정의될 수 있는 것처럼, 대학 입학이 성공의 최종목적지인 것처럼 앞만 보고 전력질주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하지만 대학 입학이라는 엄청난 관문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삶의 경쟁은 끝이 없습니다. 좋은 직장, 좋은 월급, 좋은 차, 좋은 집 등 생각해보면 쟁취해야 하는 것들이 수없이 떠오릅니다. 가지지 못하면 뒤처지는 것 같고, 가지게 되면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력질주를 멈추기가 더욱 힘들어집니다.



이렇게 성취해야 하는 수많은 것들을 위해 대학 진학 후에도 달리고 달리다 지친 학생들을 상담 장면에서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질문합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달려왔을까? 내가 정말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목표를 달성하면 만족할 수 있을까? 앞만 보면서 열심히 달려왔는데 사회에 나가면 ‘괜찮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온 이후에도 경쟁이 끝나지 않음에 허무함을 호소합니다. 일부는 사회로 나가는 것이 두렵다고 합니다. 이미 너무 지쳐버렸다고 합니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이는 비단 우리 학생들만의 어려움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한숨 돌릴 여유도 없이 경쟁하고 지치도록 달리면서 행복과 멀어지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결국 우리에게는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잠잠히 나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들이 필요합니다. 내가 진정 바라고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에게 행복은 무엇인지, 나에게 성공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학업성취나 사회적인 성공이 ‘나’라는 사람을 오롯이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을 향해 열심히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씩 멈춰 서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잠시 멈춰 선다는 것, 잠시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해 주는 것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남들은 모두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잘만 달려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뭔가 부족해서, 나약해서 멈춰야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마음의 소리를 듣다보면 하기 싫은 마음만 더 커지고 더 게을러질 것 같다는 불안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잠시 카레이싱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카레이싱에서는 0.001초로 승자와 패자가 갈립니다. 이처럼 극한의 경쟁이 펼쳐지는 경기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피트스톱(Pit Stop)입니다. 피트스톱은 레이싱에서 타이어를 교체하고 차량을 정비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300km 속도로 질주하며 경주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짜릿하지만, 피트스톱에서 단 2-3초 사이의 눈 깜짝할 순간에 타이어가 교체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여러 명의 전문 기술자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순식간에 지렛대로 차량을 들어 올리고 조임쇠를 풀어 타이어를 교체합니다.



우리에겐 찰나의 순간으로 느껴지지만, 시각과 극한의 싸움을 벌이는 레이싱에서 2-3초는 꽤나 기나긴 시간입니다. 왜 이렇게 귀한 시간을 들여 타이어를 교체할까요? 바로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엄청난 속도의 레이싱에서 타이어의 내구성이 떨어지면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레이싱에 참여하는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환상의 호흡으로 피트스톱에서 활약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쁘게 경주해 나가고 있는 우리 삶 속에서도 이러한 피트스톱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잠시나마 경기를 멈추고 마음을 정비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우리만의 피트스톱이 있는지, 잘 운영되고 있는지 검토해봐야 할 것입니다. 숨가쁘도록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나의 마음을 살펴본다는 것, 또 이를 통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간다는 것은 결코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안전하게, 더 열심히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필수적인 정비인 것입니다. 또한 카레이싱에서 여러 기술자들이 힘을 합쳐 피트스톱에서의 명장면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이, 우리가 잠시 멈추기만 한다면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삶을 정비하고 경주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카레이싱에서 경기의 승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안전과 생명인 것처럼, 우리가 달리고 있는 삶이라는 경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주를 하고 있는 ‘나’이지 않을까요? 그런 ‘나’를 위해 잠시 멈춰 마음을 충전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제안해봅니다. 



글: 이아람 한국상담심리학회 학술윤리위원장(상담심리사1급 1294호),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조교수



출처 : 한국강사신문(https://www.lecture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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