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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이아람]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촉진적 개입의 필요성| 교육신문(KU Education News)률, 2023년 11월

  • 작성자 사진: Bonne Clef
    Bonne Clef
  • 3월 7일
  • 3분 분량

좋은열쇠의 이아람 이사의 교육신문 기고 내용을 이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이번 11월호의 이슈 특집은 “학교폭력의 실제와 예방 및 개입의 필요성”입니다. 최근 학교폭력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며 관련 법령 개정 및 제도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는 학교폭력의 실제와 예방 및 개입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중학교 전문상담교사, 전(前) 교육청 법률전담변호사, 상담심리전공 교수 등 다양한 관계자분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 기사에서는 이아람 상담심리전공 교수님께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촉진적 개입의 필요성’에 관한 주제로 기고해 주셨습니다.



이아람 고려대학교 상담심리전공 교수


학교폭력은, 학생들이 가장 안전하게 느끼면서 배우고 관계 맺고 성장하는 장(場)인 학교 내에서 지속적이고 의도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이라는 점에서 피해 학생뿐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에게도 매우 유해하다. 이러한 학교폭력의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도 아니고 다양한 발생 원인이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고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도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다. 다만, 문제 예방을 위한 여러 노력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학교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전년 대비 증가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위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증가 양상은 코로나19감염병 확산 이후 학교 수업이 정상화되면서 학생들 간 상호작용이 증가하였고, 학생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의 피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유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혹자는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해 행위에 대해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한다. 학교폭력 정책에 관한 중·고등학생과 교사의 인식을 분석한 정윤희와 동료들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은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 및 선도 부족’을 학교폭력 발생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가해 행동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여 가해 학생들로 하여금 본인들의 행동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학교폭력 가해 행동에 대해 엄격한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다른 학생들이 이를 반면교사 삼아 폭력 행위에 가담하는 비율이 감소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 가해 행동에 대한 대응방안 강화와 규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가해 행동에 대한 대응이 강화된다고 하여 가해 학생들이 해당 폭력 행위를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고 뉘우치며 피해 학생에게 진정한 사과를 할 수 있게 될 것인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일부 가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경우 억울함을 호소한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까지” 심한 폭력은 아니었다고 한다. 피해 학생이 폭력을 야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가해 학생들의 모습은 학교폭력실태조사에서도 나타난다. 가해 학생 중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또는 “상대방이 먼저 괴롭혀서” 학교폭력에 가담했다고 응답하는 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자신의 폭력 행위는 별것 아니거나 정당한 행위이고, 잘못은 피해 학생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해 학생의 모습에서는 상대방인 피해 학생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찾아보기 어렵다. 


피해 학생이 경험하는 극도의 두려움과 고통,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없다면 가해 학생은 자신의 행동이 왜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피해 학생을 가해 행위에 노출되어도 괜찮은 대상이나 객체(object)로 바라본다면, 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될수록 가해 학생의 억울함만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가해 학생이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피해 학생에게 용서를 구하게 하려면, 먼저 피해 학생을 나와 동일하게 감정이 있고 고통을 느끼는 한 명의 사람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학교폭력의 예방은 사람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은 서로를 존중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어떠한 태도로 서로를 대해야 하는지 배워야 한다.

누군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와 행동은 단순히 몇 시간의 교육이나 특정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관계 속에서 경험되어져야 한다. 온전한 나로 존중받는 경험을 한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 이처럼 학생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은 Berger와 동료들이 그들의 2008년 저술에서 제시한 촉진적(promotional) 개입에 해당한다.



  이 저술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적(preventive) 개입과 촉진적(promotional) 개입을 구분하고 있는데, 촉진적 개입이란 폭력 행위에 대한 대안이 되는 건설적인 행동을 장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예방적 개입이 예방의 대상이 되는 폭력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면, 촉진적 개입은 모든 학교 구성원이 안전하게 느끼는 건강한 학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취해야 할 태도와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독려하는 것이다. 촉진적 개입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겠지만 상호존중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살펴본다면, 학교상담 장면에서 상담교사와 학생의 상담관계를 예시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상담교사는 촉진적 개입의 예시인 학생과의 진솔한 만남을 통해
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가 이야기한
나-너 관계(I-thou relationship)를 경험하도록 도울 수 있다.

참된 관계의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수용받는 경험을 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경험과 배움은 비단 상담실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정에서, 학급에서, 사회에서 서로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학생 개인, 가정, 학급, 학교, 그리고 사회의 차원에서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과 대책에 관한 정책들과 개입들이 이루어져왔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촉진적 개입을 확장하여 학생들이 사람에 대한 존중의 문화를 형성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아람 고려대학교 상담심리교육전공 교수

* 필자인 이아람은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Columbia University Teachers College에서 상담심리전공 석사를 마친 후,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에서 상담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세종대학교 교육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교육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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